최근에 그린랩이라는 카페를 알게 됐고, 후기를 찾아보니 뷰클런즈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몇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나만의 서울숲 즐기기’를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통유리로 된 2층 공간에서 서울숲을 바라볼 수 있고 카메라 소리와 대화 소리는 off를 해야 한다
입장할 때 꽃바구니와 음료 한 잔, 작은 책자, 필기구, 수첩,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준다
가격은 1시간 30분에 19,000원
사람들은 예쁜 독서실을 1시간 30분 이용하는데 19,000원이나 내는 걸까?
물론 아니다. 그린랩은 ‘휴식하는 경험’을 파는 거다
이 휴식하는 경험을 주기 위해 그린랩이 무엇을 했는지 나름대로 분석해 봤다
1. 매끈하고 안전한 소재를 사용했다
마룻바닥, 바구니, 테이블, 의자
모든 물체가 모나거나 까끌까끌함 없이 부드럽고 안전하다
내 아이가 (만약에 있다면) 뛰어놀아도 안전할 거 같은 느낌을 준다
2. 공간이 입체적이다
이건 사진 취미를 할 때 배웠던 건데, 근경, 중경, 원경이 하나의 사진 안에 모두 담기면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그린랩 공간이 그러했다
가장 가까이에는 테이블과 꽃 바구니가 있다
조금 시선을 올리면 앞사람의 의자가 보인다
조금 더 시선을 올리면 조그만 앞뜰의 풀이 보인다
그다음엔 서울숲의 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하늘이 보인다
공간이 풍성하고, 어디에 눈을 둬도 편안하다
3. 무음이다
만약에 나에게 감성적인 휴식 공간을 디자인하라고 하면, 배경음악으로 재즈부터 깔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무음을 배경음악으로 택했다
오늘은 통유리 건너편에서 매미 소리와 새소리가 넘어왔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러 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자연의 소리는 재즈보다 더 강력한 휴식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오늘 공간에 숨은 디테일을 찾으며 서울숲을 즐겼다
휴식이 경험이 되는 시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어딘가를 찾아가서 돈을 내는 시대
어쩌면 사람들은 진짜 휴식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휴식을 취해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진다면, 나도 그 공급자들 사이에 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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