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부모님 이혼 후 첫 추석입니다

시간이들겠지 2023. 9.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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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이혼하신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추석을 맞아 어머니와 아버지를 각각 만나 뵀습니다
그리고 방금 막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추석에 걸맞은 회고록 주제로 이혼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이혼도 가족사의 일부니까요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고 계시다면 괜찮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혼 역시 우리 주위에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니까요

아직 결혼도 안 한 제가 이혼에 대한 거창한 얘기를 하기는 힘듭니다
아들의 입장에서 1년 동안 느낀 주관적인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각자 연락드리는 게 다소 귀찮다
전에는 집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한쪽에 연락드리면 됐습니다
그리고 본가에 갈 때에도 시간을 정해서 집에 한 번만 방문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 연락드리고 각자 약속을 잡아서 만나야 합니다
이 점이 다소 귀찮습니다

2. 어머니는 불쌍하고 아버지는 답답하다
이혼 과정에서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인지(제가 아들이어서 그런지) 아버지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핑계 대지 말고 해내야 하는 사람이고 어머니는 그저 불쌍합니다

3. 부모님이 더 어른이 되었다
제가 정의하는 어른은 겸손함이 기준입니다
큰 사건을 겪으면 사람은 누구나 겸손해질 기회가 주어집니다
큰 흐름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속수무책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혼을 통해 제 부모님은 더 어른스러워졌습니다

4. 브런치에서 이혼 관련 글을 읽는 게 재밌어졌다
브런치에 ‘이혼’을 검색하면 이혼 과정을 기록한 많은 에세이가 쏟아져 나옵니다
죽음이 그러하듯이 이혼도 항상 곁에 있었지만 제 눈앞에 명확한 모습을 드러내고 나니 이혼 관련 글이 재밌습니다
부모님이 겪었을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의 이혼을 통해 들여다보는 기분입니다
그 글을 읽는 게 나중에 제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까요?

부모님 이혼 1주년을 기념해서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내년에는 제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됩니다
즐거운 연휴에 칙칙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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