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재능을 싫어하는 이유

시간이들겠지 2023. 9. 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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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이다
나는 재능이라는 단어 그 자체를 싫어한다
마음 같아서는 재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재능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 손가락이 가늘고 긴 피아니스트
- 어깨가 넓은 수영 선수
- 향에 민감한 조향사
명확한 예시만 언급하기 위해 신체적인 재능 위주로 나열했지만 정신적, 지능적 재능도 분명히 존재한다

재능이 세상에 존재하면 존재하는 거지 굳이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
정확히는 재능이라는 단어의 쓰임에 불만이 있다
재능은 보통 합리화를 위해 쓰인다
페이커를 보면서 ‘저런 플레이를 보여준다고?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라거나
노력 끝에 실패했을 때 ‘이 정도로 했는데 결과가 이렇다고? 재능이 부족한 탓이야’라고 쓰인다
훌륭한 타인과 초라한 자신 사이의 차이를 재능으로 합리화한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능의 쓰임에 대한 의미 없는 불만을 404자나 늘어놓고 있다
재능은 참 쓸모없게 쓰인다

그렇다면 나는 재능이 합리화에 쓰이는 게 왜 불편할까?
내가 그렇게 될까 봐 그렇다
내 목표가 높아 보여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후에 재능이 부족한 탓이나 하며 포기하고 살아갈까 봐
그 불안감이 재능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불쾌함을 일으킨다

나는 다음 문장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싫은 이유는 그 사람에게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며 내가 재능을 싫어하는 이유를 돌아봤다
비슷하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불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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